1966년 도굴범 덕분에 발견된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

탑 속 보물을 훔치려던 도굴범의 시도가,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을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면 믿어지시나요? 실제로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어요. 바로 경주 불국사 석가탑 속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에요. 오늘은 이 유물이 어떤 극적인 과정을 거쳐 발견됐는지, 그리고 왜 세계 인쇄술 역사에서 이토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나쁜 의도로 시작된 사건이 뜻밖의 소중한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지금 봐도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예요.

석가탑은 왜 훼손됐을까? 배경 설명

경주 불국사에는 석가탑(釋迦塔)이라는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석탑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런데 1966년, 이 유서 깊은 탑에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어요. 탑 안에 보관된 사리(舍利, 부처의 유골이나 이를 상징하는 보물)를 노린 도굴범들이 탑을 훼손하는 시도를 벌인 거예요.

다행히 도굴 자체는 미수에 그쳤지만, 이 과정에서 탑의 몸돌 일부가 깨지고 뒤틀리는 피해를 입었어요. 문화재 당국은 훼손된 탑을 안전하게 복원하기 위해, 탑을 완전히 해체해 정밀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어요. 바로 이 해체 보수 작업 과정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유물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탑 속에서 무엇이 발견됐을까?

2층 탑신에서 나온 두루마리

1966년 해체 조사 과정에서, 조사팀은 석가탑 2층 탑신 안에 봉안돼 있던 사리장엄구(사리를 담아 보관하는 각종 용기와 장식품) 일체를 발견했어요. 그런데 이 사리장엄구들 사이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이 함께 나왔어요. 바로 두루마리 형태로 말려 있던 불경,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었답니다.

이 두루마리는 폭 약 8센티미터, 전체 길이는 무려 620센티미터가 넘는 긴 종이에 인쇄돼 있었어요. 오랜 세월 탑 안에 밀폐된 채 보관돼 있었던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

학자들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 다라니경이 목판인쇄(木版印刷,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찍어내는 인쇄 방식)로 제작됐다는 점이에요. 정확한 제작 시기를 두고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석가탑이 751년 세워졌다는 기록을 근거로 볼 때 늦어도 8세기 중반 이전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이 추정이 맞다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그동안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로 알려졌던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770년경 제작)’보다도 앞선 것이 돼요. 이 때문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널리 평가받고 있어요.

제작 시기를 둘러싼 논쟁

다만 이 부분에 대해 모든 학자가 완전히 같은 의견을 가진 건 아니에요. 일부 학자는 다라니경이 탑이 세워진 이후, 훗날 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봉안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정확한 인쇄 시기는 751년보다 조금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종이의 재질이나 글자체, 인쇄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됐다는 점 자체는 학계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정확한 연도까지는 이견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초기 인쇄물이라는 위상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셈이에요.

이 발견이 남긴 것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발견은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남겼어요.

  • 세계 인쇄술사의 재정립: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인쇄술의 기원을 다시 살펴보게 만든 결정적 자료가 됐어요.
  • 통일신라 기술 수준의 재조명: 8세기 신라가 이미 상당히 정교한 목판 인쇄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는 걸 실물로 증명했어요.
  • 문화재 보존의 아이러니: 도굴 시도라는 부정적 사건이 오히려 소중한 문화유산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어요.

오늘날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이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발견 과정을 들여다보면, 위기와 기회가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 새삼 느끼게 돼요. 탑이 훼손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없었다면, 이 소중한 유물은 여전히 탑 속에 묻힌 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문화재를 지키는 일이 단순히 훼손을 막는 것을 넘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급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해체 보수 과정을 정밀하게 진행했기에, 오늘날 우리가 이 놀라운 유물을 만날 수 있게 된 거예요.

마무리 요약

1966년, 석가탑을 노린 도굴 시도로 탑이 훼손되면서 진행된 해체 보수 작업 중, 뜻밖에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평가받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됐어요. 8세기 중반 이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그동안 최고(最古)로 알려졌던 일본의 인쇄물보다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정확한 제작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통일신라의 뛰어난 인쇄 기술을 실물로 증명해줬다는 점만큼은 분명해요. 나쁜 의도로 시작된 사건이 오히려 소중한 역사적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죠.


참고한 자료: 국립경주박물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관련 자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개설서, 국내 서지학 및 인쇄사 연구 논문과 개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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